화이부동(和而不同), 함께 춤을 추어도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최동락의 인문학 산책. 2

안성프리즘 | 기사입력 2019/08/19 [08:14]

화이부동(和而不同), 함께 춤을 추어도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최동락의 인문학 산책. 2

안성프리즘 | 입력 : 2019/08/19 [08:14]

북한산 칼바위 능선 끝자락에 집이 있어, 문을 나서면 곧바로 산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금년에는 여름비가 많이 내려 계곡의 물소리가 힘차게 흐르며, 온몸을 파고들면서 마음까지 상쾌하게 씻어주고 있습니다. 한적한 숲속에 앉아 다양한 벌레들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부셔지는 햇살을 바라봅니다.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됩니다. 평생 자연의 모습을 시로 노래하셨고, 자연 속에 들어가면 막혔던 몸이 확 뚫려서 투명해 지는 듯하다고 하셨던, 박희진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 안성프리즘

                                                    고  수연 박희진 선생

·고등학교 때의 은사이셨던 수연(水然)박희진 선생님은 시집, 북한산(北漢山)진달래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최치원(崔致遠)나라에 현묘(玄妙)한 도()가 있으니 풍류(風流)라 한다.’했을 때의 풍류정신, 그것은 바로 천()·()·()삼재(三才)의 절묘한 균형과 조화에 대한 찬미인 것이며, 그것의 유지 발전을 꾀하려는 슬기로움인 것이다. 천지(天地)즉 자연(自然)이 인간을 낳았고, 인간은 또한 문명(文明)을 낳았으니, 자연과 인간과 문명은 기실 한 생명선상에 있는 것으로서, 유기체적 연관을 보전(保全)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인간은, 문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과의 유기체적인 조화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금년 여름에 알래스카에는 30도가 넘는 더위가 왔다고 하고, 유럽도 40도가 넘는 더위로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고 합니다. 북극의 만년빙(萬年氷)이 녹아내리고,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말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얼마 전 재방송한 아프리카의 눈물이라는 프로를 보았습니다. 웅덩이에 고여 있는 누런 흙탕물을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마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사막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식수난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에 의해 지구생태계가 파괴되어, 자연이 조화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연선생님은 서문에서 다시 결국 자연탐구는 인간탐구이다. 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니므로 자연오염은 인간오염이요, 자연파괴는 인간파괴임을 우리는 절실히 각성해야 한다. 당대의 과제인 인간회복은 자연과의 친화를 회복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다.”라고 하셨다. ‘인간회복은 자신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데서 시작되고, 주체성이 서야만 타()와의 관계를 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게 됩니다.

 

  © 안성프리즘

 

현대 우주물리학에서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되었고, 이 때 빛과 어둠이 동시에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주는 지금도 여전히 하나의 생명체처럼 팽창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우주도 결국 하나의 힘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힘에 의해 1000억 개가 넘는 은하계들은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게 되고, 그 중 한 은하에는 또 1000억 개가 넘는 항성(恒星: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이 있는데, 태양도 그 중 하나의 항성입니다. 지구는 또 이 태양을 돌면서 태양계의 다른 별들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만약 우주가 이러한 균형과 조화를 상실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순간 우주는 폭발로 인해 종말을 맞게 되고 만다고 합니다. 수연 선생님의 일행시, “인간은 지구의 신비이고, 지구는 우주의 신비이다.”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신비로운 세상이지만 삶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습니다. 공자(孔子)가 살던 시대도, 요즘처럼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혼란이 파도처럼 세상을 휩쓸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교육의 확장으로 백성들의 의식이 깨어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하극상(下剋上)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부와 권력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이 허물어지고 개인의 다툼과 국가 간의 전쟁이 불길처럼 번지면서 혼란이 확산되었습니다. 사회가 혼란하면 결국 삶의 밑바닥에서 살고 있는 민중들은 그 파도에 맨 몸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에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의 혼란은 곧 백성들의 삶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런 시대 속에서 공자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천하를 주유하였습니다. 그러나 끝내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제후는 만날 수 없었고, 논어(論語)라는 책을 세상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대목이 나옵니다.

 

  © 안성프리즘

 

첫째,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군자(君子: 자기 내면의 깨달음과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므로, 군자는 부와 권력으로 평가할 수 없음.)는 남과 조화는 잘 하되 똑 같아지지는 않고(자기 자신의 주체성을 늘 유지하고), 소인(小人: 개인적인 물질 욕구와 이익만 추구하므로, 공동체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음. 부와 권력으로 판단할 수 없음.)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과는 그 이익을 위해 한 몸처럼 행동하되, 전체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 주이불비(周而不比)입니다. 군자(君子)는 두루두루 전체를 위해서 조화를 이루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한 당파는 만들지 않으며, 소인(小人)은 자신과 이익을 함께 할 당파는 만들지만, 두루두루 잘 살 수 있는 전체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라고 또 말씀하셨습니다.

 

  © 안성프리즘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연의 모습처럼 각각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름을 바탕으로 하여 합창곡은 아름다운 목소리의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관현악은 다양한 악기의 조화를 이루어 시공을 넘나드는 감동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내면으로 의식을 수렴한 채, 상대의 소리를 향해서는 귀를 열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어야만, 자신의 소리를 더하여 화음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자신의 소리만 내고 상대방의 소리는 듣지 못하면, 결국 조화로운 음을 상실하게 되어 음악은 한낱 시끄러운 소음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바로 인간이 사회관계와 자연을 파괴해 가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공자도 당시 사회의 부조화가 만들고 있는 혼란을 극복하고자 이렇게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자신의 개성은 잃지 않되, 전체와 조화롭게 살아야 된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말입니다.

 

정릉 산골짜기의 청아한 물소리와 벌레소리들이 내는 화음에 맞추어 나뭇잎과 구름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자연이 어울리며 내는 춤사위에 함께 교감하니, 흥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맑고 고요한 기운이 마음으로 고여 들면서 의식의 빛이 무한으로 확장되는 듯합니다. 지구별의 작은 시공(時空) 속에 앉아, 하늘 너머 우주를 향해 마음을 열어 봅니다. 점과 같은 이 자리가 우주와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조화의 춤 속으로 빠져듭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리입니다.

 

2019. 8. 17. 삼각산 아래 觀風齋에서

 

현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전임강사.

· () 儒道會 연수원 교수(1982년 개원).

· () 同人문화원 교수(1992년 개원).

· 풍류(風流)사랑 인문학 연구원 원장.

 

  • 도배방지 이미지

  • 이동하 2019/08/30 [07:11] 수정 | 삭제
  • '화이부동'은 다양성의 공존을 추구하되 획일성의 국집을 경계하고, '주이불비'는 보편성을 추구하되 편파성을 타파하는 양식있는 지성의 자세를 이르는 말 같습니다. 독단과 편견은 민주사회의 암세포와도 같습니다. 시대변화에도 인간의 본성과 욕망은 변함이 없고 그래서 고전의 향기는 더욱 진하게 느껴옵니다. '최동락의 인문학 산책'은 '안성프리즘'의 향기입니다.
  • hwangstaa 2019/08/20 [13:48] 수정 | 삭제
  • 화이부동 뜻은 확실히 알았는데 실천이 좀 어렵네요!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