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훈

안성프리즘 | 기사입력 2019/10/14 [08:25]

아버지의 유훈

안성프리즘 | 입력 : 2019/10/14 [08:25]

뱃속은 못 속인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내게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사람이 배가 고프면 아무리 아닌 척 해도 꼬르륵하는 소리 때문에 감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거짓말은 반드시 탄로가 나니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말라면서 하신 말씀이다. 어릴 적부터 들었던 말씀 때문인지는 모르나 지금도 나는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고 솔직한 내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놓곤 한다.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라는 말씀도 하셨다. 경제적인 여건을 떠나 늘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의미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을 때도 음식 값을 먼저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어린 시절 과자를 사먹고 싶어 50원을 달라면 아버지는 100원을 주시며 네가 먹고 싶으면 친구들도 먹고 싶은 법이니 꼭 두 개 사서 같이 먹으라 하셨다.

세상에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 없겠지만, 아버지는 내가 반듯하고 경우바른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셨다. 그래서 귀한 자식일수록 더욱 엄히 키운다는 말처럼 어릴 적에 정신이 버쩍 들 정도로 야단도 많이 맞았다.

 

요즘 일부 부모들은 스펙 쌓아주기와 이른바 아빠 카드로 밀어주기에 급급할 뿐 자식의 인성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 다행히 나는 아버지 덕분에 동네에서 손꼽히는 말썽장이에서 비로소 사람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가르침은 어린 시절을 넘어 지금껏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내가 정치인으로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가 주신 교훈이 큰 힘이 되었다.

아버지는 말년에 투병하시면서도 몇 가지 당부를 남기셨다. ‘제사 음식은 최고로 차려라’ '나 죽거든 울지 마라는 말씀이다. 제사 음식은 당신이 드시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너희들이 먹을 것이니, 푸짐하게 차려서 자식들과 맛있게 먹으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 죽거든 울지 마라하시며 울 힘이 있으면 나중에 산소 한 번이라도 더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가까이에 있는 아버지 산소를 찾는다. 아버지의 유언도 있지만 그립고 감사한 마음 때문이다. 또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면 어렵고 힘든 일들도 신기하게 잘 풀린다. 하늘나라에서도 못난 자식 잘되기를 응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다.

 

못난 자식 뒷바라지 하느냐 평생을 바치신 나의 아버지. 국회의원이 되어 이제 좀 효도를 할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말처럼 정작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 비록 하늘에 계시지만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삶의 지혜와 교훈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께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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